전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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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노동안전보건섹션에 매주 전문가 칼럼을 제공합니다. 본 칼럼은 2010년 5월 17일(월)에 게재된 것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특히 상업용으로 이용하실 때는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치셔야 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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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시대별 가전! 신혼 필수품으로 알아보는 가전제품 트렌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 역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했습니다. 당대 유행했던 가전을 보면 어떤 시대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유행 가전도 등장했는데요. 특히 신혼 필수품으로 꼽히는 핵심 가전은 우리 시대가 어떠한 가치를 중시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 HS애드 블로그에서는 시대별 신혼필수가전을 통해 우리나라 가전제품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1960~70년대, 국산 가전 1호의 개막

▲금성 라디오공장 작업광경 (출처: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공식 홈페이지)

지금은 신혼 필수품으로 가전제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고 흔한 일이지만, 1960~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전제품은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당시 가장 인기 있고 대중적인 혼수로는 한복감, 반상기 세트, 재봉틀 전자 제품 등이 전부였죠. 그런데 1960년대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전자 산업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전자라는 말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1958년, 지금의 LG 그룹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국내 최초로 전자 회사의 초석을 다진 것인데요. ‘빛나는 별’의 이미지를 전자 제품 담은 ‘금성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진공관식 라디오인 ‘A-501’을 조립∙생산하면서 가전제품 국산화 시대의 화려한 개막을 알렸습니다.

▲금성사에서 제조한 우리나라 최초의 진공관식 라디오(좌)와 최초의 국산 흑백TV(우) (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그 후 국내 전자 산업은 기술발전을 거듭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부터 가전제품의 국산화가 활발히 진행된 것인데요. 1966년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흑백TV인 ‘VD-191’이 금성사를 통해 첫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흑백TV는 출시된 당해 1만 5백 대, 3년 후에는 7만 3천 대라는 뛰어난 생산실적을 거두며, 라디오를 대체할 신흥 가전제품으로 부상했습니다. 당시 텔레비전의 가격은 생산직 근로자 1년 수입(약 6만 8천 원)에 준하는 고가였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어 KBS방송의 공개 추첨으로 구매자를 선정했을 정도였습니다.

▲최초의 국산 냉장고인 금성사의 ‘GR-120‘

1965년 등장한 금성사의 눈표냉장고(GR-120) 역시 국내 생산 가전의 혁신이었는데요. 지금은 냉장고가 신혼 필수품에서 빠질 수 없는 품목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을 넣어 음식을 보관하던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죠. 눈표냉장고(GR-120)의 가격은 8만 6백 원에 육박했는데요. 당시 대졸자의 초임이 1만 천 원이었던 점을 고려해보면, 냉장고가 왜 부의 상징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 최초의 국산 세탁기 ‘백조세탁기(WP-181)’ (출처: LG사이버역사관 공식 홈페이지)

1960년대가 국산 1호 가전의 황금기였던 만큼, 최초의 국산 전기세탁기 역시 이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1969년에 금성사에서 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세탁기 ‘백조세탁기(WP-181)’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당시 백조세탁기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 생기는 세탁소 이름에 ‘백조세탁소’라는 이름이 유독 많았다고 하니 가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겠죠?

백조 세탁기는 1.8kg 용량으로 세탁과 탈수 기능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잘 상상이 안 되지만 세탁기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에는 세탁이 끝난 후 탈수통에 옮겨 담는 2조식 구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빨래하는 데 드는 시간과 힘을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효자 가전이었죠. 당시 옆집에서 백조 세탁기를 사면 구경하러 가는 건 물론이고, 집에서 빨래를 가지고 와 직접 세탁을 해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가사노동 중에서도 육체적 강도가 높은 세탁을 가전으로 대체한다는 것은 당시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가사 문화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적인 일이었습니다. 1970년대 이르러서는 이러한 가사 문화의 변화가 정착되면서 냉장고, 세탁기의 보급률도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점차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리며 가사를 돕는 자동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죠.

또한 아파트의 보급으로 입식 주방이 보편화 되면서 가스레인지, 전기밥솥 등 다양한 형태의 주방제품 역시 활발히 생산되었습니다. 국산 최초의 카세트 녹음기, 전자식 키폰, 기계식 VCR 등 우리나라 최초의 가전 역사가 매일같이 새롭게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1980~90년대, 1가정 1가전의 시대

이러한 가전 시대의 개막에도 불구하고 6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는 여전히 냉장고 보급률 세계 최하위에 머물렀습니다. 1968년, 우리나라의 냉장고 총 보유 대수는 불과 5만 대에 불과했죠. 70년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냉장고는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국민 가전의 반열에 들어서게 됩니다. 직냉식 2도어 냉장고, 냉수기 부착 냉장고 등 다양한 형태의 냉장고가 출시되기도 했죠. 이 덕분에 1965년도에 1%도 안 되었던 국내 전자 제품 냉장고 보급률이 1986년에는 95%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금성사의 국내 최초 김치냉장고 GR-063 광고

1984년에는 ‘GR-063’이라는 모델명의 국내 최초 김치냉장고가 출시되기도 했는데요. 김치를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김치냉장고는 우리나라 문화에 걸맞은 방향으로 가전이 발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배우 이경진 씨가 광고 모델로 활약하며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명카피를 남겨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서울에서 열린 88올림픽을 기점으로 가전제품의 보급률은 다시 한번 급증했는데요. 1989년에는 1가구에서 1대 이상으로 냉장고를 보유하는 수준으로까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진정한 국민 가전의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컬러TV가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것도 1980년대인데요. 1977년 이미 금성사에서 국내 최초로 컬러TV 양산에 돌입하며 활발하게 전자 제품 수출을 하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컬러 방송을 송출하고 있지 않아 정작 국내에서는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컬러 방송이 송출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도부터인데요. 국내 컬러 방송 시대의 개막으로 국산 컬러TV 시장이 활기를 띠며, 사치품으로만 여겼던 컬러TV가 신혼 필수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진화를 거듭한 국산 진공청소기

깨끗한 신혼집을 유지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청소기 역시 1980~90년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주거의 현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청소기의 형태도 다양해졌는데요. 진공청소기의 최대 단점으로 꼽혔던 소음 문제를 개선하고, 흡입력을 향상시키는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급률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1981년에는 금성사에서 세계 최초의 한국형 물걸레 청소기를 출시하며, 국내 가전에서 청소기의 입지가 더욱더 단단해졌죠.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가전제품은 점차 대형화, 고급화되었고 첨단 산업의 발달로 고부가가치화된 양상을 띠었는데요. 1980년 말부터 VCR 기기와 대형 컬러텔레비전이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은 물론이고, 디지털 TV 등의 첨단 가전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밀레니얼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됩니다.

2000년대, 취향에 따라 가전도 선택하는 시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전제품의 대중화가 당연시되었습니다. 컬러텔레비전, 냉장고, 선풍기 등은 이미 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서며 1가정 1대 이상의 보유가 당연해졌죠. 냉장고가 대중화된 지도 이미 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에도 냉장고는 신혼 가전제품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지만, 그 중에서도 양문형 냉장고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여자라서 행복하다고 외치는 배우 심은하 씨의 광고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전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죠.

▲최초의 국산 드럼 세탁기 브랜드 트롬(TROMM)

냉장고에 이어 국민 가전으로 자리 잡은 세탁기 역시 2000년대에 들어와 유행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2002년, LG전자가 드럼 세탁기 시장에 진출하며 최초의 국산 드럼 세탁기인 트롬(TROMM)을 출시했기 때문인데요. 드럼 세탁기는 스팀 기술 및 스피드 워시 코스 기능 등을 지원하며, 그동안의 세탁기에서 누릴 수 없는 기능을 제공했는데요. 게다가 아름다운 디자인까지 갖췄기 때문에 명실상부 최고의 인기 신혼 가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혼수 필수품의 신흥 강자가 된 LG전자의 식기세척기

그뿐만 아니라 설거지의 혁명을 불러온 식기세척기가 신혼 가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는데요. 2000년대 초반 LG전자에서 자체 소비자 설문을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주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집안일은 빨래, 설거지, 청소 순이었다고 합니다. LG전자는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하여, 2004년 그동안 대체 불가능의 영역으로 생각된 설거지를 대신해줄 식기세척기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2000년대는 얼음 정수기, 홈시어터 등 21세기의 변화되는 트렌드에 발맞추어 다양한 가전제품이 연일 쏟아지는 시기였습니다. 가전은 이제 단순히 소유의 여부를 넘어, 우리 집만의 생활 환경 및 패턴을 반영해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알던, 그러나 전혀 새로운 가전

이제 국산 가전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외국 제품을 재조립해 생산하던 60년대와 비교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성과를 낸 것이지요.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더욱 똑똑해진 가전의 변화가 눈에 띕니다.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된 LG ThinQ 브랜드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는데요.

ThinQ 기술이 적용된 가전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및 생활 데이터를 반영하여, 사용습관과 패턴을 직접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최적화된 가전으로 맞춤형 진화를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을 넘어 가전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한 것입니다.

LG ThinQ 브랜드의 대표적인 가전으로는 OLED TV와 코드제로 R9, WHISEN 등이 있는데요. OLED TV의 경우 인공지능이 알아서 화질과 사운드를 최적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하여 말 한마디로 요청을 실행하기 때문에 편의를 극대화할 수도 있죠. 코드제로 R9 청소기와 WHISEN 에어컨 역시 집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사용자의 환경과 전자 제품 패턴을 분석해, 간편하고 똑똑하게 가전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라이프 스타일까지 설계해주는 맞춤형 인공지능 가전은 곧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미세먼지와 황사의 유입 등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따라 유행하는 가전의 형태가 달라지는 양상도 보이고 있습니다.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스타일러 등을 이용해 미세먼지로 오염된 대기 질, 의류, 침구 등의 개선을 돕는 것인데요. 단순히 의식주의 기능을 넘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가전이 환영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열지 않고도 노크만으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노크온 냉장고, 드럼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를 결합한 트윈워시 세탁기 등 국내 가전제품은 꾸준히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모든 전자 제품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가전을 이용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죠.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집집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갖추고 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곁에서 늘 자리를 지키고 있어 그 소중함마저 잊고 살게 되었지만, 우리의 일상을 더욱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가전제품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선망의 대상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한 가전제품!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할지 기대됩니다.

전자 제품

가전제품 트렌드 리포트 2022

이런 점이 궁금하셨다면 리포트를 읽어보세요

  • 비스포크 vs. 오브제, 최근 이슈가 되는 가전제품 TOP 10에 얼마나 언급됐나 (p.16)
  • 2050 남녀 2,000명이 꼽은 향후 1년 내 구매/렌탈 희망하는 가전제품 순위 (p.19~20)
  • LG·삼성·구글 등 스마트홈 가전 브랜드 중 사용 경험 가장 많은 곳 어딜까 (p.43)

집콕 특수 사라진 가전 시장, 틈새 성장 기회 놓치지 않을 방법은?

팬데믹 상황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코로나로 반사이익을 본 산업군의 성장 둔화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가전 시장이 대표적입니다. 코로나 당시에는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가전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 집콕 특수가 사라지며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겁니다.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LG전자의 목표주가를 2~4만원 가량 하락 조정했죠.

이런 때일수록 세분 시장을 촘촘히 살펴보며 틈새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오픈서베이 가전제품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의류관리기·안마의자·음식물처리기 등 보유율이 낮은 일부 제품에서 향후 1년 내 구매 의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리포트는 주요 가전 카테고리별 인식 및 사용 행태, 렌탈 구매 행태, 스마트홈 가전 이용 경험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조사 내용: 가전제품 보유 현황 및 이용 행태와 렌탈 구매 여부 및 스마트홈 가전 이용 행태
조사 대상:
1차: 전국 20~59세 남녀 2,000명 / 2차: 최근 3년 이내 가전제품 구매자 1,354명 전자 제품
조사 기간:
2022년 5월 14일 ~ 5월 16일

전자제품 큰 고장 아닌데 또 산다? 새 배터리로 바꾸면 윙~

이전 채소에 바코드 새기고 세제 대신 나무 열매. 친환경 부엌 만드는 아이디어

다음 반짝이는 것이 모두 아름다운 건 아냐…반짝이 메이크업, 환경엔 적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전자 제품 쓰레기는 5000만톤에 이른다. 이중 단 20%만 재활용되고, 나머지 80%는 전 세계를 떠돌며 매각되고 소각되면서 계속해서 지구를 오염시킨다. 이렇게 많이 나오는 전자 제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오래 쓰는 것이다.

필(必)환경라이프④ 인라이튼 신기용 대표

하지만 고장이 나거나 수명이 다한 전자 제품을 무작정 끌어안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고쳐서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고쳐서 쓰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비용이 저렴하고 절차가 간단하다면? 조금만 고쳐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전자 제품들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이유다.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센터 1층에 위치한 인라이튼의 사무실. 고쳐 쓰기 어려워 쉽게 버려지는 전자 제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쉽고 편리한 전자 제품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인라이튼]

서울 성동구 서울새활용센터 1층에 위치한 인라이튼의 사무실. 고쳐 쓰기 어려워 쉽게 버려지는 전자 제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쉽고 편리한 전자 제품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 인라이튼]

“결국은 배터리의 문제인 경우가 많아요.”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새활용플라자 1층에 자리한 사회 혁신 기업 ‘인라이튼(ENLIGHTEN)’의 신기용 대표는 버려지는 전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배터리에 주목했다. 최근 무선 가전제품이 많아지면서 배터리를 장착한 가전제품이 늘었다. 제품의 수명과 배터리의 수명의 균형이 맞지 않는 일도 자연히 늘어났다. 대부분 제품의 수명은 남아있는데, 배터리의 수명이 부족해 멀쩡한 제품들이 버려지곤 했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단순 고장을 수리해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배터리뉴(better-renew)’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무선 청소기부터 가습기, 공기 청정기 등 배터리 수명이 다했거나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난 소형 가전 제품을 숙련된 전문 엔지니어들이 수리하고 있다. 가운데가 신기용 대표. [사진 인라이튼]

무선 청소기부터 가습기, 공기 청정기 등 배터리 수명이 다했거나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난 소형 가전 제품을 숙련된 전문 엔지니어들이 수리하고 있다. 가운데가 신기용 대표. [사진 인라이튼]

전자 제품 브랜드의 애프터서비스(AS)가 잘 되어 있는데, 굳이 수리 서비스를 이용할까 싶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올해 들어 배터리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매일 100여명을 상회한다. 지난 2016년 5월 서비스 시작 이래, 매월 1000건에서 1500건의 수리를 처리했다.

대기업 브랜드의 경우 공식 AS 센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 제품은 수리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웬만한 해외 브랜드의 경우 위탁 업체에 AS를 맡기는데, 수리 센터를 직접 찾아다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보증기간이 지나 AS를 받기 쉽지 않은 제품들도 많다.

배터리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접수된 소형 가전들.무선 청소기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녹즙기, 전기 제모기에서 전동 퀵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배터리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접수된 소형 가전들.무선 청소기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녹즙기, 전기 제모기에서 전동 퀵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유지연 기자

문제는 또 있다. '차이슨' 등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가전제품의 소비가 늘면서 전자 쓰레기가 급증했다. 고쳐서 사용하기보다 새로 사는 게 더 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최근 3~4년 사이 전자 제품 해외 직구의 규모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1~2년 사이에 500만 개 이상의 전자 제품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왔다. 직구 제품의 경우 아무리 브랜드 제품이라도 공식 인증이 없기 때문에 국내 AS 센터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예전에는 전자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찾는 수리점이 동네마다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취를 감췄다. 대기업 전자제품이 양산되면서 AS 센터가 늘어났고 굳이 동네 전파상에 맡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찾아보면 용산 전자 상가 등 수리 전문가를 찾을 순 있지만 불투명한 가격 책정 등 믿고 맡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모바일로, 온라인으로 처리해 집 앞으로 오는 서비스를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작은 전자 제품 수리를 위해 먼 길을 오가는 수고를 기대하긴 어렵다.

배터리뉴 서비스는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믿을 수 있는, 무엇보다 편리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국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수리를 신청하면 집 앞으로 박스가 온다. 박스에 수리하고 싶은 전자 제품을 넣어 배터리뉴로 보낸다. 제품이 배터리뉴에 도착하면 제품의 상태를 체크하고 이 과정은 영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수리가 가능한지, 비용은 얼마인지를 안내받은 뒤 수리를 원하면 상주하는 전문 엔지니어가 수리한다. 이 과정에서 먼지 등 오염물질이 쌓여 고장 원인이 되기 쉬운 전자 제품의 클리닝 서비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완료된 제품은 다시 포장되어 집으로 배송된다.

수리를 신청하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포장 박스. 파손에 약한 전자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튼튼한 배송 박스를 만들었다. 유지연 기자

수리를 신청하면 집에서 받을 수 있는 포장 박스. 파손에 약한 전자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튼튼한 배송 박스를 만들었다. 유지연 기자

수리방식도 다르다. 공식 AS 센터에 수리를 맡기면 어떤 경우 모터가 고장 나면 모터 전체를 바꾸는 식의 수리를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해외 브랜드 가전의 경우 부품 하나하나를 공수하기 어려워 전체를 바꾸다 보니수리비용이 비싸다. 배터리뉴는 작은 소자 하나만 교체하면 쓸 수 있는 모터의 경우 소자를 바꾸는 방식을 택한다. 비용도 줄일 뿐 아니라 수리 과정에서 또 다른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다. 물론 작은 소자가 고장 난 것이 아닌, 메인 부품이 고장 난 경우는 전체를 바꿀 수밖에 없다. 수리비용이 높게 나올 경우 고객에게 안내한 뒤 수리를 진행할지를 결정한다. 고치기 어려운 제품의 경우 보상 매입도 받고 있다. 제품을 매입해 다른 제품을 수리할 때 부품으로 사용한다.

현재 배터리뉴에서 수리 가능한 제품 모델은 470개. 무선 청소기가 가장 많고, 공기 청정기, 가습기, 로봇 청소기, 블루투스 스피커, 레이저 제모기, 녹즙기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 전동 자전거 등의 문의도 많다. 지금까지 누적 신청 건수는 3만1000건. 이중 되살린 제품은 2만1000여개다. 보통 청소기를 기준으로 수명 주기가 한 번 늘어나면 제품 1대당 65kg의 이산화탄소가 저감된다고 한다. 이는 9.8그루의 나무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하다.

인라이튼 사무실 한쪽에는 되살린 제품 수와, 이산화탄소 절감에 따른 나무 심은 효과를 표기하는 현황판이 걸려있다. 유지연 기자

인라이튼 사무실 한쪽에는 되살린 제품 수와, 이산화탄소 절감에 따른 나무 심은 효과를 표기하는 현황판이 걸려있다. 유지연 기자

신기용 대표는 “전자 제품을 오래 쓰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취향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라며 “나는 오래 쓰고 싶어도 새로 사는 게 나은 쪽으로 구조가 짜여 있으면 새로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배터리뉴를 통해 이런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편리한 수리 서비스를 만들고 알리면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고치는 쪽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나아가서는 제조사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더 오래 쓸 수 있게 만드는 쪽으로 유도하고 싶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당연한 얘기가 아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좋은 제품은 오래 쓰는 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의 수명이 있는 제품을 주기적으로 많이 파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를 전제로한 지금의 산업 구조에서는 기업들이 제품의 내구성보다 현혹하는 디자인을 내세우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다. 고쳐 쓰기보다 새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제조와 판매에는 공을 들이되, 수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

신 대표는 “고쳐 쓰는 사람이 늘어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는다면 제조사도 소비자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에게 주도권이 넘어간다면 기업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배터리뉴는 수리 노하우나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집에 방치된 가전을 스스로 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리페어 워크숍도 연다. 신 대표는 “배터리뉴 서비스를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먼지, 유해화학물질 덩어리”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매일노동뉴스 전자 제품 노동안전보건섹션에 매주 전문가 칼럼을 제공합니다. 본 칼럼은 2010년 5월 17일(월)에 게재된 것입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을 인용하실 때는 출처를 꼭 밝혀주세요. 특히 상업용으로 이용하실 때는 반드시 사전협의를 거치셔야 합니다. 사진은 일과건강에서 덧붙였습니다.

세계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2006년 ‘그린 전자제품 가이드(Guide to Greener Electronics) 버전 2’를 내놓았다. 주요 전자회사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화학물질 제거에 대한 계획 및 정책, 폐기제품에 대한 기업의 책임(회수시스템 등) 등을 조사해 점수를 매겨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물론 가이드의 주요한 목적은 매립이나 소각으로 처리되는 폐기제품의 환경오염과 영향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리고 유해화합물질의 사용을 궁극적으로 금지시킴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유해물질 노출을 차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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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소비자 가이드 'Cancer Smart3.0'(2007) ⓒ 사진출처=www.leas.ca

전자제품의 유해화학물질은 프탈레이트와 브롬계 난연제(Brominated Flame Retardants, BFR)가 대표적이다. 프탈레이트는 PVC 제품에서 가소제로 사용되는데, 생식독성물질과 내분비계교란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브롬계 난연제의 대표적인 물질은 PBDE(Polybrominated diphenyl ether)다. 잔류성·생물농축성·독성이 큰 물질이며 프탈레이트와 마찬가지로 내분비계교란물질이다. 일부는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물질은 컴퓨터나 휴대전화 케이스 같은 플라스틱 재질에 포함돼 있으며, 화학적으로 안정한 결합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이 문제다.

2005년 한 보고서(Clean Production Action)에 따르면, 미국 7개 주의 10개 가정에서 먼지를 채취해 그 성분을 분석한 결과 프탈레이트·PBDE·농약·알킬페놀류·유기주석·PFOA/PFOS 등의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됐다. 프탈레이트·PBDE 등은 가정 내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케이스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04년에 발표된 다른 보고서에서는 가정·사무실·학교 등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모니터에 쌓여 있는 먼지를 분석한 결과 PBDE가 검출됐다. 이제는 먼지조차 유해화학물질 덩어리인 것이다. 이렇게 오염된 먼지는 호흡하는 동안 우리 몸속으로 흡입되거나 피부로 흡수돼 우리 몸속에 축적된다. 미국·유럽·일본 여성의 모유에서 PBDE가 검출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유사한 연구결과는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 많다. 물론 그 농도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원하지 않는, 피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돼 있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90년대에 브롬계 난연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연합은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독성이 큰 브롬계 난연제의 사용을 금지했고, 캐나다는 2006년 환경법에 일부 브롬계 난연제의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의 마인·캘리포니아·워싱턴·오레곤주 등은 2006년부터 브롬계 난연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마인과 워싱턴주에서는 내년에 대체 난연제를 사용할 계획이다.

전자제품의 순환경제 체계 구축을 위한 민간 최초의 파트너십인 CEP가 창립됐다./ CEP

전자제품의 순환경제 체계 구축을 위한 민간 최초의 파트너십인 CEP가 창립됐다./ CEP

전자제품의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자원순환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민간 최초의 '순환 전자 파트너십(Circular Electronics Partnership, CEP)'이 창립됐다.

CEP는 사무국인 세계지속가능개발협의회(WBCSD)를 중심으로 지난 1년 동안 글로벌 기업과 50명의 전자제품 가치사슬 분야 전문가의 협의를 거쳐 구축됐다. 파트너십 구축과 함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보다폰, KPMG 인터내셔널, 시스코(Cisco) 등의 글로벌 기업이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전자위원회(GEC), 지속가능성구현글로벌이니셔트브(GeSI), 책임있는비즈니스연합(RBA) 등이 파트너 기관으로 협력을 약속했다.

CEP는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력으로 순환자원에만 의존해, 전자제품 원자재부터 부품, 상품 전체 생애주기의 선순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활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첫 단계로 CEP는 2030년까지 전자제품의 순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CEP는 △순환 디자인 마련 △순환형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대 △책임있는 비즈니스 모델 확장 △전자제품 수거율 증가 △재활용 및 재사용 확대 △2차 원자재 시장(재활용시장) 확장 등 6단계 로드맵을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 6단계 로드맵의 세부 계획안은 CEP 홈페이지(http://cep2030.org/our-roadmap/)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실 전자제품 폐기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폐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WBCSD는 2018년에만 전자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5000만톤 이상 폐기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최소 570억달러(64조5000억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전자제품이 폐기되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GDP(국내총생산)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관련 연구에서 전자 폐기물의 17.4%만이 수거되어 재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자제품 폐기물을 다시 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선순환 체계로 전환시키려는 CEP의 역할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선순환 체계 변화를 통해 산업계는 환경, 사회적 임팩트와 더불어 놓치고 있는 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피터 배커(Peter Bakker) WBCSD 총재는 "전자제품은 컴퓨터부터 옷, 장난감까지 모든 영역에서 전 세계적으로 편재되어 있기 때문에 디자인, 생산, 사용에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CEP는 전자제품 순환경제 구축의 중심적 역할을 하여 순환 목표를 실현시킬 것이다"라고 CEP 이행의 포부를 드러냈다.

세계경제포럼의 도미닉 오프리(Dominic Waughray) 수석이사도 "소비와 생산에 있어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는 데 낭비할 시간이 없다"면서 "CEP가 제시한 로드맵과 목표는 자원 극대화와 더불어 전자제품의 가치사슬과 선순환 전환을 현실화시키는 데 필요한 모멘텀(탄력성)을 만들 것"이라고 CEP 창설을 환영했다.

마이클 머피(Michael Murphy) 델 테크놀로지스 부사장은 "2007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옵티플렉스(OptiPlex·업무용 PC 브랜드)를 처음으로 출시한 이후 순환경제 가속을 위한 혁신적 접근의 확대가 자사의 사명이 되었고,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전체 제품의 50% 이상을 재활용 또는 재생가능한 원자재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더 빨리 움직여야만 했는데, CEP가 협업을 촉진시키고 장애요소를 제거해주어 순환경제에 다가설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파트너십 참여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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